특정한 상황에서만 발휘되는 매력. 뻘글

"그냥 매력이 없는거야" (커부님 트랙백)

트랙백된 포스팅의 글쓴이처럼 나도 또래 20대 여자들에게는 인기가 없는 편이다. 작년까지 까인 횟수만 세도 양손을 다 써야 할 지경이니...

그래도 위안이라면 위안이라고 할 만한 게, 나는 이상하게 10대 여자애들에게는 인기가 있는 편이었다. 정확히는 내가 강사든 멘토든 선생이든 뭔가 여자보다 높은 지위로 다가갈 수 있는 애들한테 한정해서. 친구들 사이에서 내 별명이 여고생 킬러(...)인데 고등학생이랑 만난 게 지금 여자친구뿐 아니라 23살 시절부터 그랬기 때문이다. 그 때도 같은 교육봉사 동아리의 12학번 여자애한테 철벽당하고 우울증에 찌들어 있던 때였는데, 나랑 매일 티격태격하던 고1 멘티의 친구 여자애가 뜬금없이 나랑 김수현 나오는 영화 보러 가자고 하면서 시작됐더랬지. 걔도 벌써 16학번 헌내기가 되었으니 세월이 무상하다...

좌우간 교제 시작하고 얼마 안 지나 여자친구랑 자신의 어디가 좋아서 만나는지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요약하면 '선생님보다는 친구처럼 느껴져서'. 잠깐 교육봉사 하러 오는 대학생 교사 나부랭이여도 일단 선생님인 이상 어느 정도 벽이 느껴지게 마련인데 나한테서는 그런 게 없었다나. 처음 호감을 가진 계기는 공부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멘토쌤들한테 상담했을 때 다른 쌤들은 다들 우리나라에서 좋은 대학 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지금 때려치면 더 힘들어진다든지 같은 얘기를 하면서 자기를 설득하려 들었는데 나만 '공부를 힘들게 하는 것들이 뭐가 있느냐. 정 힘들면 다른 걸 찾아보자.' 같은 말을 하며 유일하게 자기 감정에 신경써주는 모습이 좋아서였다고.(사실 나는 그때 롤챔스 생각하느라 건성으로 상담했던 건데 차마 말하지는 못했다.) 그런 식으로 권위적이지 않으면서도 아빠처럼 세심하게 살펴주는 게 좋았다고.

비슷한 얘기를 작년 여사친에게서도 들었다. '왜 나는 여자친구 만들기가 이렇게 힘든가' 하면서 징징댔을 때 여사친 가라사대, "보면 오빠는 최대한 빠르게 취업하는 게 답이다. 딱 여직원들 잘 후리는 직장 상사 스타일."(...)

그러니까 나는 권위가 있어도 권위를 안 세우면서 리드하고 보듬어주는 성격이 매력이란 건데... 생각해보면 이런 덕목들은 내가 연애를 시도했던 일반적인 대학교, 동아리 환경에서는 발휘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특정한 서열 관계에서만 발휘할 수 있는 매력이라면 그 서열 관계를 우선 형성해야 하니까. 내가 학생회장이나 동아리 회장 같은 리더격 위치에 있었다면 모르겠으되 항상 같은 과 학생, 같은 동아리원이라는 수평적인 위치에서 연령대가 비슷한 여자들에게만 대쉬했으니 그외 특별한 매력이 없는 나로서는 까이는 게 당연할 수밖에.

그런 점을 보면 커부님도 아직 본인의 매력을 발휘할 만한 환경을 만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뭐, 잘생기고 말빨 좋은 게 무난한 범용 MS의 성능이라면 우리는 즈곡크, 한랭지 전용 짐, 릭 돔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다만 '어쩌면 나만의 매력을 생각하는 순간부터 매력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버리는게 아닌가 싶다.' 는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매력을 생각하든 안 하든 매력 없는 사람은 매력 없...다는 건 농담이고, 매력적인 사람들 중에도 자신의 진정한 매력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P.S 그러고 보니 7년 전 20살 무렵에 sonnet님의 블로그에서 정치 성향 테스트를 했는데, sonnet님도 ㄷㄷ 하실 만큼 매우 극단적인 아나키스트 성향으로 검사 결과가 나왔다. 그게 나중에 연하 꼬시는 무기가 될 줄이야.

덧글

  • 커부 2017/04/02 22:20 # 답글

    까이셨다니 부럽네요. 저는 사실 노력자체를 안하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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